방콕 살면서 바뀐 태국 조미료 취향 이야기
방콕에 15년째 살면서 부엌 살림도 그동안 참 많이 바뀌었는데, 요즘 제일 크게 느끼는 게 소스 취향이에요. 처음 왔을 때는 마트 진열대에서 눈에 띄는 대로 아무 소스나 집었는데, 지금은 원재료 표시부터 꼼꼼히 보고 고르게 됐거든요.

처음엔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샀어요
방콕 온 지 얼마 안 됐을 땐 소스 코너 앞에 서면 브랜드가 너무 많아서 그냥 제일 싸고 병 큰 거로 집었어요. 한 번은 그렇게 산 피쉬소스로 팟카파오 무쌉을 볶았는데, 짠맛만 확 튀고 감칠맛은 하나도 없어서 결국 몇 숟갈 먹다 말았어요. 그때는 그게 소스 문제인 줄도 몰랐고요.
몇 년 지나서 요리를 자주 하다 보니, 같은 레시피인데 소스만 바꾸면 결과물이 확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팟씨유를 만들어도 어떤 굴소스를 쓰느냐에 따라 색깔 진하기부터 다르더라고요.
라벨을 처음으로 제대로 읽어본 날
계기는 별거 아니었어요. 마트에서 장 보다가 우연한 기계로 굴소스 뒷면 성분표를 읽어봤는데, 늘 쓰던 저가 제품은 굴 추출물 비중이 생각보다 낮고 전분·설탕·감미료가 앞자리를 채우고 있더라고요. 그 옆에 있던 메가셰프 제품을 집어서 비교해보니, 굴 추출물이 원재료 맨 앞에 적혀 있고 점도도 더 묵직했어요.
그날 두 제품을 한 병씩 사서 같은 계란볶음밥에 각각 한 스푼씩만 바꿔 넣고 비교해봤는데, 차이가 확실했어요. 기존 제품은 짠맛이 먼저 치고 올라오는데, 메가셰프 쪽은 짠맛 뒤에 감칠맛이 은은하게 따라와서 여운이 길더라고요.

가격 차이, 실제로 얼마나 날까
제가 예전에 쓰던 저가 굴소스는 방콕 마트 기준 60~70밧대였고, 메가셰프는 150밧 안팎이에요. 두 배 넘게 차이 나긴 하는데, 이걸 한국 수입 식료품점에서 사면 같은 용량 기준으로 만 원대 중반까지 가는 걸 본 적 있어요. 방콕에서 사면 그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라, 오히려 여기서 쟁여가는 게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오더라고요.
피쉬소스도 똑같이 바꿔봤는데, 이건 국물 요리에서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어요. 똠얌꿍이나 맑은 국물 요리에 넣었을 때 잡내 없이 감칠맛만 딱 남는 느낌이라, 그 뒤로는 국물 요리용 피쉬소스만큼은 무조건 이 라인으로 사고 있어요.
소스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
처음 얘기한 그 계란볶음밥 사건 이후로, 놀러 온 친구들한테 “레시피 뭐 바꿨냐”는 질문을 몇 번 더 받았어요. 사실 바뀐 건 조미료 브랜드 하나뿐인데, 그 정도로 체감되는 차이가 있다는 게 저도 신기했어요.
혹시 방콕 마트 소스 코너에서 뭘 골라야 할지 고민되신다면, 이번 기회에 뒷면 원재료 표시 한 번 읽어보시는 것부터 해보세요. 특히 원재료 맨 앞자리가 뭔지만 확인해도 감이 오실 거예요.
방콕 살이는 이렇게 사소한 습관 하나가 쌓여서 달라지는 것 같아요. 다음에도 소소하지만 진짜 체감되는 살림 이야기로 또 찾아올게요.
태국 여행 중이라면
7-11 편의점을 방문하면 아래 사진처럼 작은 사이즈의 조미료, 소스들이 많이 있어요. 사용법과 맛에 확인이 없다면 이렇게 작은 사이즈의 조미료들로 먼저 도전해보시고 내 입맛에 맛는 것을 한국에서 구매해서 드시는걸 추천드려요. 큰사이즈로 들고가면 너무 무겁기도 하고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지만 버리게되는 경우는 또 아깝더라구요.


